끝도 없는 서류 준비, 양국을 오가는 혼인신고, 까다로운 비자 심사까지. 베트남 국제결혼이라는 여정은 마치 산 넘어 산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겠다는데, 왜 이렇게 힘들고 복잡해야만 할까?” 하는 답답함과 원망 섞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예비 신랑님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발행했던 8단계 로드맵, 혼인신고 순서, 그리고 필수 용어 사전을 보시면서도 그 절차의 까다로움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칼럼은 바로 그 근본적인 물음, ‘대체 왜?’에 대한 답을 드리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이 국제결혼이 복잡한 이유를 양국의 법률과 사회적 배경을 통해 깊이 파헤쳐 보면, 막막하게만 느껴졌던 과정들이 달리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유 1: ‘두 개의 주권’, 서로 다른 법과 시스템의 만남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국제결혼이 ‘두 개의 주권 국가’에 걸친 법률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과 베트남은 각기 다른 역사와 사회적 배경 속에서 고유한 법률 체계와 양국 행정절차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 대한민국: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모든 절차가 전산화되어 있고, 서류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중시합니다. 전국 어디서나 표준화된 서비스가 가능하죠.
- 베트남: ‘혼인 및 가족에 관한 법률(Luật Hôn nhân và Gia đình)’을 기반으로, 서류 제출뿐만 아니라 담당자의 ‘대면 인터뷰’와 ‘직인 날인’ 등 아날로그적 행정 절차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지역 인민위원회의 권한과 역할도 상당합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시스템이 만나 하나의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해야 하니, 그 접점을 맞추는 과정이 복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필수 용어 사전에서 배웠던 ‘영사확인’ 같은 절차가 바로, 이질적인 두 시스템을 연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번역기’인 셈입니다.
이유 2: ‘위장결혼 방지’라는 양국의 확고한 공통 목표
절차가 복잡한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이유는 바로 위장결혼 방지입니다. 불법적인 체류, 취업, 혹은 인신매매의 수단으로 결혼을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양국 정부는 매우 촘촘하고 까다로운 검증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철저한 필터링: F-6 비자 심사
한국 정부는 특히 F-6 결혼이민 비자 발급 단계에서 강력한 필터링을 실시합니다. 단순히 혼인신고가 되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비자가 나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혼인의 진정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100% 탈락합니다. 이를 위해 아래와 같은 구체적인 요건을 요구합니다.
- 소득 요건: 외국인 배우자를 부양할 최소한의 경제적 능력을 증명해야 합니다.
- 의사소통 요건: 부부가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지 한국어 능력 시험 성적이나 관련 이수증 등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 교제 경위: 어떻게 만나 어떤 관계를 이어왔는지 사진, 메시지 등 객관적인 자료로 상세히 증명해야 합니다.
이 요건들은 국제결혼 복잡한 이유의 핵심이며, 많은 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까다로운 허들을 넘는 구체적인 방법은 추후 [AC-008] F-6 비자 발급 조건, 이것 모르면 무조건 탈락합니다 칼럼에서 완벽하게 해부해 드릴 예정이니 반드시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베트남의 대면 검증: 사법부 인터뷰
베트남 결혼 법률 역시 위장결혼 방지에 매우 엄격합니다. 특히 관할 사법부(Sở Tư pháp)에서 진행하는 ‘결혼 인터뷰’는 핵심적인 절차입니다. 담당 공무원이 두 사람에게 각각, 그리고 함께 질문을 던지며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관계가 진실한지를 직접 확인합니다. 한국인 신랑의 현지 출석을 요구하고, 때로는 거주지 실사를 나오기도 하는 등 문서 뒤에 숨은 진실을 파악하려 노력합니다.
이유 3: ‘결혼이주민 보호’라는 따뜻한 속내
엄격한 절차가 단지 의심과 통제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과거 국제결혼 과정에서 발생했던 수많은 인권 침해와 피해 사례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결혼이주민 보호’라는 중요한 목적이 숨어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성급한 결혼이 가정폭력이나 사기, 착취로 이어진 비극적인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복잡한 양국 행정절차는 두 사람에게 서로를 알아가고 결혼을 진지하게 고민할 ‘숙려 기간’을 강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이 과정을 함께 헤쳐나가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단단해지고 결혼에 대한 책임감도 커지게 됩니다.
또한, 이주를 준비하는 배우자가 한국의 법과 문화를 미리 공부하고(KIIP 등),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인지할 시간을 주는 보호 장치이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과 편견에 맞서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를 시키는 셈입니다.
결론: 복잡함을 ‘이해’하는 것이 현명한 첫걸음입니다
이제 베트남 국제결혼이 왜 이토록 복잡하게 느껴졌는지, 그 이유가 조금은 명확해지셨나요? ▲서로 다른 두 법률의 충돌 ▲위장결혼 방지라는 공동의 목표 ▲결혼이주민을 보호하려는 숨은 의도. 이 세 가지가 얽혀 지금의 절차를 만들었습니다.
이 복잡한 과정들을 더 이상 당신을 괴롭히는 ‘장벽’으로만 보지 마세요. 오히려 당신의 진실한 사랑을 증명하고, 앞으로 함께할 삶의 단단한 기초를 다지며,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여정’으로 관점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저희가 제시한 단계별 로드맵을 다시 한번 살펴보신다면, 막막했던 그 길이 훨씬 안정적이고 희망차게 느껴질 것입니다.